채식주의자에는 세편으로 목차가 나눠져 있는데 1장인 채식주의자만 읽었을 때는 영혜의 마음이 이해가 가기도 했다.
1장 '채식주의자'에서는 영혜가 꿈을 왜 꾸게 되었는지 배경은 자세히 나오지 않았지만, 남편의 시선에서 아내라는 인물을 그린다. 그러다 보니 남편의 1인칭 시점이 굉장히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으로 아내를 그리는데 너무 불쾌했다.
아내는 숲과 나무가 있는곳에서 피가 흐르고 살육이 난무하는 꿈을 꾸게 되고 채식주의자가 되면 자신이 그런 꿈을 안 꿀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나도 상황이 이해가 안 되지만 얼마나 피해를 받았으면 그런 정신상태가 됐을까 싶기도 했다. 그래서 남편으로 나오는 인물이 더 싫었다. 아내를 자신의 부속품으로만 생각하고 사람으로서 이해해 주려는 노력, 같이 이겨내게 해 주기 위해 들어주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 채식하는 밥상이 싫으면 지가 하던가.. 생각할수록 열받는다. 예전에 나도 동물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어서 채식을 하자라는 마음을 가졌던 적이 있어서 영혜에게 더 공감이 갔다.
그리고 채식주의자에 대한 사람들의 편견도 끔찍하게 그려져 있었다.평소에 단체생활에서 자신의 취향이나 자기의 생각 드러내기 힘든 한국사회 문화를 잘 보여주는 부분이었다. 나오는 인물들이 채식에 대한 개념이 부족한 점이 채식주의자들이 얼마나 자신의 생각을 납득시키기 힘들지 자신의 신념을 밝히기 어려울 것인지 와닿았다.
3장에서는 영혜가 왜 그렇게 생각하게 됐는지 더 이해가 되는 부분이 나온다. 아버지가 1장에서 나온것처럼 폭력을 일상에서 해왔고, 약자를 향한 무자비한 폭력이.. 이렇게나 나중에 영향을 끼칠 수 있겠구나 싶었다. 가정폭력 피해자인 자신이 가치가 없다는 생각을 느꼈을 것 같고, 동물 또한 그렇게 약자여서 죽을 수밖에 없고, 사람에 대한 혐오나 삶에 대한 우울이 심해졌다고 생각이 든다. 꿈을 해석하고 이해하고 싶을 정도로 영혜의 정신분열이 끔찍하고 안타까웠으며, 나무에 대한 생각은 아직도 잘 모르겠다. 아마도 자신이 나무라 생각하는 거 같은데 땅으로 들어가고 싶은 다시 흙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반영된 게 아닐까 자신도 그렇게 꿈속을 해석하려는 게 아닐까 싶었다.
3장에서의 언니 인혜는 아버지에게서 자신을 장녀의 역할로 비위를 맞춰가며 폭력을 피해왔다는 대목에서는 정말..그것 또한 강요고 폭력이다 싶었다. 같이 살아가는 사람의 비위를 맞춰가면서 지내는 것은.. 강요가 아닌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배려로 삶이 지속되어야 하는 거 아닌가라고 다시 한번 당연한 것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어떤 사람에게는 살아가는 게 생존일 수 있겠구나 싶었다.. 가끔 나도 우리 가족들과 마음에서 우러나는 배려를 하고 살고 있는가 가족이라는 역할에 가족들에게 강요를 하고 있는 게 있는가 싶다. 그렇게 생각을 하다 보면 혼자서 잘 사는 건 대단하다고 느껴진다. 결혼이나 가족이 생기면 역할을 나누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사회적 인식과 책임감으로 삶을 살아가는 경우가 많은데 그 부작용을 이 소설에서 보여주기 때문에.. 이런 부정적인 점도 알아야 많은 사람들이 경각심도 가지게 되고 더 결혼과 가족의 역할에 대한 고찰을 하게 되는 좋은 효과를 준다고 생각한다. 여러므로 노벨상 받은 소설이라는 게 너무 다행이다. 전 세계 사람들이 읽게 돼서.
어떠한 상 받았다는 작품들은 (1988, 봉순이언니 등) 사회의 어두운 이면을 그 사람들이 겪게 되는 현실을 잘 그려내고 몰입하게 만든다는 공통점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특히나 몰입했으면 하는 사람들이 더 읽고 나처럼 독후감을 썼으면 좋겠다.
2장에서는 남편이 예술에 미쳐있는 변태로 나오는데 뭔가 남자들이 말하는 사랑이라는 게 저런 걸까 싶을 정도로 너무 납득이 안 됐었다. 심미에 꽂혀있는 다른 사람을 배려하지 않는 사랑. `남편이 사랑하는 것은 작품뿐이다'라는 구절이 뭔가에 미쳐있고 사랑하는 것은 저런 모습일 수도 있나 싶었다.
작품에 나오는 남편의 대한 내 생각은 `아름다움에 자신의 작품에 몰입하고 욕심을 가지는 것은 좋은데 왜.. 실제로 만들어봐야 하고 경험해 봐야 하는 거야..'라는 생각이 많았다.
근데 이 독후감을 쓰고 나를 돌아보게 되니까 요즘 배드민턴 게임하는데 미쳐가지고 사람들한테 배려를 못하고 세게 치고 화를 내며 인류애를 잃은 듯한 경험을 하는데 혹시 나도 저렇게 이기적이고 나쁜 모습일까 싶다.
나도 게임에서 이기면 내가 발전했다는 생각과 나의 새로운 점을 발견하고 원하는 대로 플레이를 해 볼 수 있어서 게임을 좋아하는 것 같은데 나의 욕심일 수도 있겠다. 너무 사람들에게 미안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사람들과 함께 성장하는 게 중요하지 이기는 것은 내 욕심을 뿐이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바라는 대로 이뤄지지 않아도 시행착오로 생각하고 너무 좌절하지 말고 다른 사람들에게 배려하면서 게임을 해야겠다..
내가 미쳐있는 것은 다시 객관적으로 생각했을 때는 나의 욕심이고 이기적인 모습 일 수 있겠다는 교훈을 배웠다.
나오는 사람들 대게가 이해가 안 되는 인물인데.. 왜 그렇게 생각하지라고 고심하게 되는 과정이 좋았다. 배우는 게 많은 좋은 작품이고 다른 사람들에 대한 생각도 궁금해졌다.